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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 관리·운영 조례(안), “주민 참여 협의체 구성 필요”
옛길 관리·운영 조례(안), “주민 참여 협의체 구성 필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9.25 17: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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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 ‘제주 길의 가치 찾기’ 정책 세미나 개최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편의가 가장 우선돼야”
제주 옛길 운영 및 활용방안 정책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훈 뭉치마이스 대표(왼쪽)와 주제발표에 나선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가운데), 그리고 토론자로 참석한 여창수 KCTV 보도부국장. ⓒ 미디어제주

 

제주도의회가 ‘제주 옛길 조성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중인 가운데, 옛길 조성과 관리를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협의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25일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가 마련한 ‘삶과 문화의 이동공간, 제주 길의 가치 찾기’ 정책 세미나에서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제주 원도심 옛길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 길들을 보존하고 정비해 다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 옛길의 비전과 방향’ 주제발표에서 원도심 옛길 보존을 위한 ‘옛길 보존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원도심 옛길 보존 상태와 마을 옛길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사업이 우선적으로 시작돼야 한다”면서 도내 옛길 보존을 위해 (가칭) ‘제주옛길 보존 종합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수립할 것 등을 제안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도 ‘제주 옛길의 가치와 활용’ 주제발표에서 “옛길은 특정한 장소와 장소, 공간과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조성된 오래된 길로서 생활 속의 보행 길이라는 측면에서 올레길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의 옛길이 이동의 통로이자 생활공간과 직결되는 공공장소로서 도시와 마을 전체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핏줄과 같은 공공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옛길 보존과 활용을 위한 원칙으로 △역사문화자원의 보전을 위한 과거 흔적 유지 △대규모 개발 억제를 위한 합필 규제 △역사경관 조성을 위한 건축물 고도 규제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 정비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도심 소공원 확보와 주변 공간과의 연계 활용 등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 순서에서는 옛길 조례 제정 방안에 대해 지역 주민들을 도외시한 채 관광객들만을 위한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김영훈 뭉치마이스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제주도는 거의 대부분 관광객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라면서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도로를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관광객이 우선돼야 하느냐. 옛길 조례 제정도 마찬가지다.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편의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조례 제정의 시급성을 주장한 박경훈 이사장에게 “도시 재생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아는데 재생의 역사성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옛길도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돈을 주고 집행하게 하는 방법은 없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아무리 문화적,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못한다. 이익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찬성하는 게 아니라 옛길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도시재생 사업도 국가 또는 행정 주도로 국비를 가져올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해도 지역 주민들과 충돌이 빚어져선 안된다”면서 “최근의 화북동의 사례처럼 먼저 주민들이 옛길을 지키고자 하는 곳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조례(안)의 내용 중 옛길 조성과 관리를 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하도록 한 데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영훈 대표는 조례안 제정을 추진중인 김희현 위원장에게 “제주도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모든 게 단체로 가고 있다. 단체가 이것저것 문어발식으로 여러 가지 일을 맡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체가 아니라 협의회를 만들어 공론화하는 방법도 고민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여창수 KCTV 보도부국장은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그는 “제주 길의 가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어 길 관련 조례 제정은 시의적절하고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옛길 뿐만 아니라 제주에 있는 순례길과 4.3길, 올레길 등 여러 가지 길과 어떻게 다른지, 관계 정립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조례의 내용에 대해서도 “단순히 걷기만을 위한 길로서 문화, 역사의 가치를 활용하는 방법을 넣지 않을 거라면 굳이 조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서 “옛길의 원형을 보전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면 사유재산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방안도 뒤따라 제시돼야 한다”고 우려스러운 대목을 짚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옛길을 운영하는 기관 또는 단체라고 하면 전문가들이 모여 보존 활용 가치가 있는 옛길을 지정하게 될 텐데 지정부터 해놓은 상태에서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하는 게 아니라 선정과정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얘기가 포함될 수 있도록 절차적인 문제도 고민해주기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김희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옛길 조성 및 관리‧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26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하고 이날 세미나에서 제기된 내용 등을 보완해 10월 중 열리는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삶과 문화의 이동 공간인 제주 길의 가치 찾기’를 주제로 한 제주옛길 활용 정책 세미나가 25일 오전 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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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시민 2017-09-26 07:39:52
길이 도시의 핏줄이라면서 옛길만 따로 관리운영하는법을 만들자는 발상은 도시를 모르는 외눈박이 시각, 도시관리를 길,건물,공원별로 관리업무는 분담시키더라도 법은 통합되어있어야 하는것. 즉 별도 조례를 제정할 일아니고 도시계획조례를 일부분 개정만하면 될일.
의원님들 도시업무를 파편화시키는 지방법규 양산자제하시도록 당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