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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발병 후 1년, 여전히 너무 아파요
대상포진 발병 후 1년, 여전히 너무 아파요
  • 서혜진
  • 승인 2017.09.13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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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의 통증클리닉]<5>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마을에 사시는 65세 장윤여 할머니(가명)는 작년 6월경부터 오른쪽 어깨 주위에 발진과 심한 통증에 시달리셨다. 평상시에도 일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 땀띠가 자주 생기고 근육통도 잦았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근처 한의원에서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았다. 또 약국에서 가루약을 사서 바르며 피부 발진이 빨리 들어가길 기다렸으나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중에서야 마을에서 가까운 의원을 찾았고,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은 이후 발진은 호전됐고 통증도 약간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됐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아무리 먹어도 통증이 진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인근의 병원에 가서 마약성 진통제까지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결국 본과에 내원한 할머니는 어깨가 콕콕 쑤시면서 벌레가 슬금슬금 기어가는 느낌이 들고, 옷 입을 때마다 화끈거려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장윤여 할머니의 경우처럼 대상포진의 피부 발진이 없어졌는데도 통증은 여전히 남아있는 경우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대상포진이 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것이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손상된 신경을 정상적으로 치료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대상포진이 발병하고 1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통증이 남아있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보는데, 다른 만성 통증 질환과 마찬가지로 단순 통증뿐만 아니라 환자의 신체와 심리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상포진의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환자 중 대략 9~34%에서 발병하며, 초기에 통증이나 발진이 심했거나 고령일수록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부위별로는 대상포진이 얼굴에 발병하는 경우에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통증은 지속해서 나타나기도 하고 간헐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크게 화끈하고 뜨거운 느낌이 드는 지속적인 통증과 중간중간 찾아오는 칼로 쑤시는 듯하고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의 통증으로 나뉜다. 보통 대상포진에서는 쑤시는 느낌이 많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화끈거리는 느낌이 더 많이 나타난다. 또한, 많은 환자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을 겪는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대상포진이 발병했을 때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적절한 신경치료를 받는 것이다. 발진이 낫기 전에 빠르게 신경치료를 받는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때보다 신경통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대상포진 발생 시 초기에 치료를 받아 신경의 만성적 변화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설령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겼다고 해서 마냥 슬퍼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1~2개월 이내라면

신경이 회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신경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설령 시간이 지났더라도 신경치료 및 약물치료 등의 방법이 있고, 더 나아가서 신경 조절법도 나와 있는 만큼, 환자 본인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서혜진의 통증 클리닉

서혜진 객원필진 <미디어제주>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통증 고위자 과정 수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인턴 수련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레지던트 수련
미래아이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제주대학교 통증 전임의
現 한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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