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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늘 즐거운 아이들 작전이 펼쳐지는 곳

기사승인 2017.09.12  09: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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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공간이 우선이다] <6> 순천시 제2호 기적의 놀이터

“예전에는 공장을 많이 유치하는 사람이 유능한 시장이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만들어내는 일도 시장의 중요한 임무가 되었다.” 조충훈 순천시장이 지난해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순천시 개최)에서 한 말이다.

 

행복지수 1위를 꿈꾸는 순천시는 지난해 제1호 기적의 놀이터를 문 연 데 이어, 올해 5월 제2호를 개장했다. 인구 29만의 소도시 순천은 아이들을 비롯한 주민 삶의 행복을 위해 2020년까지 모두 10개의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도심에 있지만 자연을 살려 만들어낸 순천 2호 기적의 놀이터. ©미디어제주

△ ‘우리도 작전을 시작하~지!’

 

제2호 기적의 놀이터를 찾았다.

 

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처럼, 2호 역시 도심지 안에 위치해 있다. 한쪽에는 고층 아파트가, 또 다른 쪽에는 고층 아파트의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공모를 통해 아이들이 붙인 2호 놀이터의 이름은 ‘우리도 작전을 시작하~지’다. 어쩐지 야전부대의 활동처럼 민첩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이다. 명사형에 익숙한 어른들이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이름이다.

 

1호가 산에서 내려오는 경사지형을 활용했다면, 2호는 소하천을 끼고 그 옆으로 확장한 구릉지가 평지와 조화를 이루는 형태다.

 

놀이터의 폭은 어른 발걸음으로 150걸음쯤이다. 그 위로 모래가 넓게 깔렸다. 놀이터 중앙에는 조합 놀이대 대신 그물처럼 생긴 스페이스 네트가 놓였다. 길이 10m가 넘는 대형 고사목과 여러 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낮은 미끄럼틀도 있었다. 물도 흘렀다. 1호처럼 아이들이 에너지를 만들어야 물이 나오는 수동 우물펌프를 여러 대 설치했고, 물이 흐를 수 있는 인공 개울을 길게 만들었다.

 

△ 모래하나에 담긴 철학

 

놀이터를 찾은 날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때문에 놀이터도 한산했다. 그런데 놀이터 한 쪽에서 모래 파기 삼매경에 빠진 남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모래사장 위로 설치된 햇빛 가리개가 우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세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모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그마한 손으로 모래를 여기저기 퍼 날랐다. 모래를 손에 쥐었다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고, 모래를 계속 파내려가기도 했다. 아이는 삼십분이 넘도록 한 자리에서 모래를 응시하며 이윽고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제2호 기적의 놀이터는 전체적으로 모래를 넓게 깔고, 지형마다 작은 모래사장을 설치했다. 구릉진 지형이 자연 칸막이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은 동선이 겹치거나 방해받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모래 놀이를 할 수 있게 됐다.

 

모래는 강원도 주문진에서 공수했다. 주문진 모래는 알갱이가 고르고 표면이 깨끗하다. 수돗물을 여과할 때 쓸 정도로 최고의 질을 보장한다. 모래 하나에 무슨 공을 그리 들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모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충격완화재로서의 역할도 해낸다.

 

모래사장 아래는 비가와도 물 빠짐이 잘 되도록 배수시설을 갖췄다. 모래 깊이는 땅 저 끝까지 파 들어가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를 감안해 1m 이상으로 설계했다. 보통의 놀이터들은 모래 깊이가 20cm도 채 되지 않는다. 아주 가볍게 모래를 덮어둔 조악한 곳들도 적지 않다. 순천시가 놀이터를 만들면서 모래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 자연은 놀이의 좋은 재료

 

놀이터 전문가 편해문씨가 총괄하는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인공시설을 지양한다. 대신 모래나 물, 나무를 중심에 배치한다. 이는 흙이나 돌과 같은 자연 재료들이야말로 아이들이 고안하는 여러 놀이에 좋은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순천의 2회 기적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 ©순천시

아이들은 오르고, 매달리고, 땅을 파고, 뛰어내리는 등의 신체활동을 즐기는데 이런 점에서도 자연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거대한 고사목만 놓고 보더라도 좁은 나무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아이, 나무 안으로 들어가려는 아이, 나무 뒤에 숨는 아이, 나무를 식탁삼아 요리를 하는 아이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태어나 처음 보는 펌프식 수도가 무척 재미있다. 힘을 들인 만큼 물이 나오는 방식은 손만 갖다 대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현대적 시스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노동과 결과물의 비례 관계를 선명하게 나타낸다.

 

구릉진 지형은 그 자체가 자연 칸막이가 됐다. 아지트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지형지물에 의해 구분된 놀이장소에서 비슷한 또래들 끼리 자연스럽게 집산을 반복하며 놀이에 몰두할 수 있다. 구릉 아래에는 작은 터널을 만들고, 모래사장 위로는 나무다리를 설치해 단순한 시설들 가운데에서도 최대한 재미를 찾을 수 있게 했다.

 

△ 오르고 또 오르고

 

제2호 기적의 놀이터에는 유일한 인공시설이 있다. 바로, 스페이스 네트다. 나무 모양의 그물망으로, 하늘을 향해 높이 오를 수 있게 디자인 됐다. 기적의 놀이터 팀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놀이터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수합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오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네트 설치를 결정했다.

 

보통의 놀이터들에서 아이들은 미끄럼틀에 매달리는 등 시설물을 다른 용도로 이용하면서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기존의 시설물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작은 네트는 저학년들이, 큰 네트는 중학생까지 사용하도록 연령에 차이를 두어 아이들이 덩치에 밀리지 않고도 신나게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배려했다.

 

놀이터 한 쪽에는 의자를 넉넉하게 만들어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채지’ 않도록 했다. 또 놀이터 활동가들을 위한 한 평 남짓의 쉼터도 만들어두었다.

 

앞서 순천시가 율산초등학생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현재의 놀이터가 재미없으며 시간을 따로 내어 놀이터를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순천시는 기존 놀이터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놀이터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 의해 너무 ‘어른스럽게’ 만들어져왔다는 점을 반성했다.

 

순천시는 그러나 이를 개선하기에는 행정의 시각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민단체와 아이들을 놀이터 구상단계부터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놀이터에 없어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다. 아이들은 강아지, 술 취한 사람, 담배 피는 사람, 벌레 등과 함께 부모님을 꼽았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순천시는 행복지수 1위의 도시를 지향한다. 제1호 기적의 도서관과 그림책 도서관에 이어 제1, 2호 기적의 놀이터를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순천시 제2호 기적의 놀이터에는 아이들을 위해 순천시가 건네는 몇 가지 약속이 적혀 있었다.

 

‘기적의 놀이터는 해로운 소재를 쓰지 않겠습니다. 기적의 놀이터는 어린이와 주민이 함께 만듭니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입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김형훈 기자 coffa@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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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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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준 2017-09-20 11:24:07

    순천에 기적의놀이터가 2개가 설치되어 있고 활동가와 지킴이가 배치되어 운영되고 있다니 너무나 부럽네요.
    최대한 빨리 우리 아이들과 가보고 싶어집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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