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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은 마천루도 없고, 시야가 편하잖아요”

기사승인 2017.09.08  14: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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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이야기] <1> 젊은이들의 도시재생
제주출신 젊은이 그룹 ‘아일랜드 팩토리’가 만들어낸 풍류
한짓골 주변 서서히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해내기도

오랜 고민을 해왔다. 원도심에 대한 고민들이다. 수십 년 된 건축물 파괴현장을 가만히 지켜보곤 했다. 지키자는 목소리는 허공으로 사라지곤 했다. 그나마 원희룡 도정이 들어오면서 그런 파괴는 주춤하고 있다. 대신 도시재생이 뜨고 있다. 문제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도시재생이 도심을 완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길 위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물을 시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제주시 원도심을 중심으로 길을 따라가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싣는다. [편집자주]

 

 

   
제주시 원도심 한짓골의 북쪽 끝. 곧바로 남문사거리로 이어진다. 이 길의 남쪽으로 난 길이 한짓골이다. ©미디어제주

 

# ‘핵’의 이동…원도심 갈길 찾기 해야

 

길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인간을 빼서는 길이 나올 수 없다. 하지만 길 위에서는 비인간적인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요즘은 자동차가 인간보다 더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됐다. 편안하게 다녀야 할 길을 자동차에 내준 곳도 많다. 그럼에도 원도심은 걸으며 생각하게 만든다.

 

원도심을 꺼내는 이유는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한자어를 동원한다면 ‘핵(核)’이라고도 표현된다. 가장 중심적인 위치였다는 이야기다. 원도심은 중심지의 이동이라는 현상에 따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중심지의 이동, 즉 핵의 이동은 원래 중심지의 쇠퇴를 가져왔다. 모든 관공서가 있었고, 은행 등 금융권도 즐비했던 도심은 행정과 금융 등의 대규모 이동으로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도심 관련 특별법도 생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원도심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한다고 떠든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원도심의 활력은 돈만 투입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돈을 쓰기 위해 원도심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미디어제주, 원도심 이야기 팀 구성

 

<미디어제주>는 원도심이라는 길 위의 이야기를 싣기 위해 팀을 꾸렸다. 건축가도 있고, 문화활동을 하는 이도 있다. 원도심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도 있다. 이들의 협심은 원도심을 바라보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첫 답사는 9월 1일 진행됐다. 어떻게 길을 탐색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한짓골을 먼저 둘러보고 세부적인 구상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은 ‘길 위의 이야기’는 프롤로그로 시작을 해야 하지만 젊은이 이야기를 먼저 싣지 않을 수 없다. ‘풍류’를 이끄는 젊은이들이다. ‘풍류’는 한짓골 북쪽에 있는 3층 건물이다. 차를 마시는 공간도 있고, 옷을 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풍류 2층 옷가게. 이효리가 자주 찾는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잠시, 허씨 이야기도 해보겠다. 원도심에 허씨들이 늘기 시작했다. 허씨 외에 하씨도 있고, 호씨도 있다. 바로 렌터카들이다. 이효리의 효과인지, 방송의 효과인지는 모르겠다. 이효리가 뜨면서 백약이오름은 주차 전쟁을 치른다고 한다. 풍류도 이효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효리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풍류를 이끄는 젊은이들이 이효리보다 더 낫다. 풍류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습이다. 풍류와 가까운 곳에 거대 자본을 투입해 10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는데, 그 자본가에게 풍류를 보면서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 원도심에 홀린 젊은이들

 

풍류에서 기자가 만난 젊은이는 1984년생 김대원씨다. ‘아일랜드 팩토리’라는 구성원 일원이다. 아일랜드 팩토리는 커피로 도전을 하자며 6명이 만든 기업이다. 바리스타도 있고 유통 전문도 있고, 기획을 하는 이들도 있다. 2013년 제주시 이호매장을 시작으로 하나 둘 늘리고 있다. 김대원씨는 대외홍보를 맡고 있다. 그에게 원도심에 온 이유를 물었더니 “홀렸다”고 한다.

 

“낭만적이라고 해야 하나? 조용하잖아요. 교통편도 좋고, 마천루도 없잖아요. 우선 시야가 편해요.”

 

그에겐 원도심은 낡은 곳이라는 편견이 없다. 오래된 곳이라는 편견도 없다. 오히려 아일랜드 팩토리는 오래된 곳을 그대로 살려 새로움을 입히고 있다. 기존 건물의 골격을 놔둔 채 새로운 옷을 입혔다. 풍류는 아일랜드 팩토리가 내놓은 하나의 결과물이다. 브랜드이기도 하다.

 

   
'아일랜드 팩토리'의 일원인 김대원씨. 그는 대외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미디어제주
   
'아일랜드 팩토리'가 만들어낸 풍류. 바람부는 날 이곳 옥상에 오르면 즐거운 광경을 볼 수 있다. ©미디어제주

 

“편안하게 와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으면 해요. 옥상은 오신 분들의 것으로 내주고 있어요. 예전 이 일대는 좀 낙후된 모습이었어요. 뼈대만 남긴 상태에서 무엇을 넣을지를 고민했어요. 고품격은 아니더라도 보시는 분들로부터 ‘야~ 멋들어지네’라는 말을 듣고 싶었죠.”

 

# 이웃들로부터 “경이롭다” 얘기듣기도

 

풍류는 그런 얘기를 들을만하다. 아니 그런 말을 듣고 있다. 1년 전이다. 2016년 이맘 때 풍류는 문을 열었다. 5~6개월에 걸친 작업을 한 끝에 만들어졌다. 이웃에 사는 꽃집 주인은 풍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매일같이 지켜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던진 말이 “경이롭다”였다고 김대원씨는 전한다.

 

“풍류가 만들어지고 나서 주변에 떡을 돌렸죠. 그때 들은 얘기가 있어요. ‘우리도 해지크냐’라는 말이었어요.”

 

원도심에 있던 낡은 건물에 새로움을 입힌 젊은이들. 이곳에 사는 많은 이들은 자신들도 풍류처럼 해보고 싶은 욕망이 많은 모양이다. 실천은 쉽지 않지만 풍류가 들어서면서 주변도 서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팩토리'의 작품인 풍류. 도시재생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미디어제주

 

“저는 사회운동가는 아니에요. 원도심을 바꾸고 싶다는 대단한 목적을 가진 것도 아니었죠.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하기 시작했어요. 남문터에 클린하우스가 버젓이 있던 걸 문제제기를 한 끝에 몇 개월만에 5m를 옮기게 했죠. 이러려고 여기에 온 건 아닌데 말이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풍류 멤버들은 원도심을 변화시키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원도심에 사는 동네 어른들이 오가며 먹을거리를 들고 오기도 한단다. 원도심이 가진 공동체 의식의 발현인가.

 

풍류는 도시재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행정이 한 것도 아니고, 거대 자본가의 손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시재생을 해 낸 건 제주출신 젊은이들이다. 의도적인 도시재생은 망한다. 행정이 너무 개입을 하면 일은 틀어진다. 행정은 원도심에 사는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풍류가 그걸 얘기해주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훈 기자 coffa@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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