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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장군, 탐라 자주독립 위한 저항 세력의 상징”

기사승인 2017.07.17  11: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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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 <10> 본론(本論) ⑨

구전으로 전해져온 ‘설문대할망’을 제주 창조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제주지역 학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이처럼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어가는 데 대해 관련 전공자인 장성철씨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취지의 반론적 성격의 글이다. 실제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현승환 교수도 지난 2012년 ‘설문대할망 설화 재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재 기고를 통해 설문대할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한라산 오백나한의 모습. /사진=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11. <오백장군 설화> 이면(裏面)의 민중사(民衆史) · 민중 의식 등

 

[본문Ⅰ] 외세 수탈이 극심하던 시절이었다. 탐라 땅의 임부(姙婦)들은 산달(産-)이 다가오면 태중의 아이가 혹시 사내아이가 아닌가 하여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들(남자)이 딸(여자)보다 더 가혹한 혈세(血洗)와 부역(賦役)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니까. 어쨌든, 그 시절 적잖은 ‘임부들이 한라산 오지(奧地)로 숨어들어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아이가 아들이면 대여섯 살 무렵까지 키운 후 여장(女裝) 차림으로 하산시켰다.’(아래의 [해석]에서는 Α라 함) / 어느 날이었다. ‘한 어머니’(B라 함)가 한라산 남서쪽 비탈의 영실로 숨어들어 몸풀었다. 그런데 ‘태어난 것은 놀랍게도 아들 오백 명’(C라 함)이었다. 게다가, 더더욱 놀랍게도 그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걸음마를 시작하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뽑아 검술 흉내를 내고, 바위를 팔매치고, 그리고 한라산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맨손으로 짐승을 때려잡았다. / 한편, 그 어머니는 그날부터 그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느라 날마다 일쑤 밤잠을 걸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사냥 간 아이들을 위해 끓인 좁쌀죽을 간보다가 부족한 잠에 겨워 깜박 조는 바람에 그만 그 죽 솥으로 거꾸러져 들어 죽고 말았다. / 그리고 저녁 무렵이었다. 사냥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너무 허기진 나머지 만사 제쳐놓고 맏이부터 차례로 허둥지둥 그 죽을 먹었다. 그런데 맨 마지막 차례인 막내가 죽을 뜨려고 솥 안을 들여다보더니 별안간 사색이 되면서 비명을 질렀다. 솥 바닥에 조금 남아 있는 죽 위로 어머니 모습이 완연히 드러나 있어서였다. 이에, 막내는 겁결에 뒷걸음질 치다가 차귀도 근처 바다에 빠져 죽어 바위가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바위를 ‘장군바위’(D라 함) 또는 ‘막내바위’라 불렀다. 형들도 겁결에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바위가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바위들을 오백 명의 장군감이 굳어서 된 것이라 하여 ‘오백장군’이라 불렀다. ― 이는 필자가 고등학생 시절에 건입동에서 얻어들은 것임.

 

[본문Ⅱ] 한라산 남서쪽 비탈에 영실(靈室)이라는 지역이 있다. 그 지역이 그렇게 불리는 것은 그 지역 안의 기암괴석들이, 멀리서 보면, 한 무리의 신령(또는 신선)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암괴석들은 실은 ‘고종달(高終達)이 영실의 물혈[水脈]을 끊는 바람에’(E라 함) 영실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 평천하(平天下)를 꿈꾸며 수신(修身)하던 ‘장수 오백여 명[이른바 오백장군(五百將軍)]’(F라 함)이 고사(枯死)하여 된 것이라 한다. ― 이는 필자가 중학생 시절에 김녕리에서 얻어들은 것임.

 

[해석] * Α에 대해서 : 지난날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지난날 한때 산부(産婦)들은 한라산 오지로 들어가 해산했다. 그리고 딸이면 곧장 하산하여 관아에 출생신고를 했지만 아들이면 산에서 장기간 양육한 후 여장(女裝)을 시키고 하산하여 여아(女兒)로 출생신고를 했다. 따라서, 호적은 여자투성이였다. 이것이 이른바 삼다(三多) 중 ‘여다’(女多)의 실상이다.”]가 있었다. 사실, 탐라 여인들(민중)은 지난날 한때 하릴없이 관아 몰래 한라산 오지에서 남아(男兒)들을 공동으로 양육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위 [본문Ⅰ]과 [본문Ⅱ]는 외세(소위 육짓놈) 치하 탐라 민중의 처절한 삶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역사적 전설’인 셈이다. 물론 그것들이 전설임은 두말없는 기정사실이다. 증거물(차귀도 근처 바위, 오백장군 바위들, 기암괴석들)도 전설의 그것인 ‘특정의 개별적 증거물’에, 미적(美的) 범주[모자(母子)의 죽음으로 말미암은 비애감]도 전설의 그것인 ‘비장미’(悲壯美)에 해당되니까.

 

* B에 대해서 : 이 ‘한 어머니’가 ‘당찮은 주장’(설화는 스토리텔링을 따라야 한다)을 내세운 신화론자들에 의해 설문대할망으로 둔갑해 있다. 생각건대, 이는 민중을 업신여기는 망발이다. 설화는 민중의 소산이니까. 또한, 미래를 농락하는 작태다. 설화는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며 이정표니까. 어쨌든, 그들 탓에 이 전설 속의 민중사 등이 지금 풍전등화의 지경에 처해 있다.

 

내친김에 말하면, 신화는 신화시대의 산물이고, 그리고 신화시대란 인간이 스스로를 ‘신성하고 위대한 대자연’에서 ‘신성하고 위대한 삶’을 영위하는 ‘신성하고 위대한 존재’로 여기던 시절이다. 그렇다면, 신화가 스토리텔링을 따라야 한다는 말은 스토리텔링이 판치는 21세기가 신화시대라는 말이다. 언어도단이다. 내처 말하면, 탐라의 신화시대는 고려가 탐라에 식민정책(무단정치)을 실시한 1105년(탐라국호 폐지)을 계기로 막을 내렸다. 그 무단정치로 인해 탐라인의 삶은 신성하고 위대한 것은커녕 사육당하는 짐승의 삶 같은 것으로 전락해 버렸으니까.

 

* C에 대해서 : 탐라 설화에서 ‘숫자 4·5’는 방위, ‘사방(동·서·남·북)과 오방(사방+중앙)’을, 그리고 ‘100(아울러, 10·3)’은 ‘완전함·충분함·많음 등’을 왕왕 상징한다. 그러고 보면, C에서의 오백(5×100)은 ‘오방(곧, 도처)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든 상황’의 상징인 셈이다.

 

* D에 대해서 : 이 바위가 시야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다. 어떤 선박이 선체를 고정시키려고 거기에 로프를 걸어 작업하다가 그것을 동강내어 버렸다는 것이다. 기막힐 노릇이다. 아, 탐라 흔적 하나가 또 이렇듯 덧없이 사라지다니! 아무튼, 증거물이 사라졌으니 관련 전설도 흡사 뿌리 잘린 나무처럼 고사해 버리고 말 것이다. 증거물은 설화의 뿌리나 진배없으니까. 참, 결딴난 이 바위는 방치한 채 ‘더 큰 제주’니 ‘위대한 제주’니 하며 930억 원을 들여 제주돌문화공원에다 오백장군 석상을 세우는 제주특별자치도에 한마디 한다. “조냥허라, 큰 양 말앙!”

 

* E에 대해서 : 혹자는 고종달을 ‘호(胡: 오랑캐) 종단’[평범한(곧 하찮은) 실존인물]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전설의 주요 인물은 탁월한(대단한) 인물이어야 한다’(설화는 민중 소산이고, 그리고 민중 개개인은 하잘것없지만 민중 공동체는 대단한 것이니까)라는 설화이론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종달은 ‘고씨(高氏)[탐라왕실]를 종언(終焉)에 달(達)하게 하다’라는 뜻의 가명이리라. 참, 탐라설화에서 고종달은 탐라를 핍박하는 외세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한편, ‘영실의 물혈을 끊다’라는 화소는 ‘외세 핍박에 저항하며 탐라 자주독립을 외치는 세력을 몰살하다’라는 뜻이다, ‘영실의 물혈’은 탐라 왕후지지(王侯之地)의 하나로 탐라왕실의 상징이니까. 생각건대, 이 화소는 <아흔아홉골 전설>에서의 ‘몽고국 사신(고종달)이 골 하나를 없애어 백골(百-)을 아흔아홉골로 만들다’[여기서의 ’百‘은 ’완전함 · 임금 · 주권 등의 뜻임]라는 화소와 일맥상통한 데가 있다.

 

* F에 대해서 : 여기서의 ‘오백’의 ‘-백’은 ‘백골’의 ‘백-’과 상통한다. 이는 ‘오백장군’은 ‘탐라 자주독립을 위해 한라산을 근거로 삼고서 저항한 세력’의 상징이라는 말이다.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
 

 

 

 

 

 

 
장성철씨 ⓒ 미디어제주

 

<프로필>
- 국어국문학, 신학 전공
- 저서 『耽羅說話理解』, 『모라(毛羅)와 을나(乙那)』(소설)

미디어제주 mediajeju@mediaje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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