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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상생’ 이제 곧 70주년인데…
‘화해와 상생’ 이제 곧 70주년인데…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6.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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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단체 9곳 도내 일간지 등에 4‧3관련 광고
“4‧3은 북한정권 수립 앞장섰던 공산폭동” 주장
도내 보훈단체들이 지난 22일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 미디어제주

내년 ‘제주 4‧3’ 70주년을 앞두고 도내 보훈단체들이 ‘4‧3’에 대해 재차 공산폭동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의 주장이 화해와 상생이라는 ‘4‧3’의 대명제와도 어긋나 다시 갈등과 반목의 재현마저 우려되고 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제주도지부,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제주도지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제주도지부,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제주도지부,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제주도지부, 제주도재향군인회,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제주도지부,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제주도지부, 제주도재향경우회는 지난 22일 도내 일간지에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이들은 박경훈 이사장이 지난 4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제주4‧3사건을 생각하는 모임’이 마련한 자리에서 ‘민중항쟁으로서의 제주4‧3의 의의’라는 주제강연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박 이사장이 제주도의 재정지원을 받는 공적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폭동 주동자 김달삼과 이덕구를 4‧3 희생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을 규탄한다”며 “망언을 사과하고 이사장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4‧3’에 대해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공산폭동”이라고 규정하며 유족회 등과의 갈등마저 예고했다.

 

이들은 광고에서 “1988년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제주4‧3은 ‘공산당의 폭동’으로 일어난 것이었다고 전 세계에 밝힌 바 있다”며 “남로당이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5‧10선거를 폭력으로 저지하고 다른 한편 지하 선거를 통해 북한정권 수립에 앞장섰던 것이 제주4‧3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4‧3에 대해 공식사과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인 2014년에 4월 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다.

 

제주도재향경우회 “화해‧상생 위해 남로당 간부‧북한군‧남파간첩 위패 문제 해결돼야”

 

제주에서는 오랫동안 반목했던 4‧3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가 2013년 8월 2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모두가 다 같은 피해자라는 인식하에 서로 이해하고 껴안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세월의 갈등을 뒤로 하고 이제 서로를 위로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화해와 상생을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보훈단체들의 광고는 이 같은 내용과 전면 대치되는 것이어서 4‧3유족회 등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광고에 이름을 올린 제주도재향경우회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4‧3추념일은 희생자에 대한 추념일”이라며 “4‧3이 4월 3일 일어났지만 이후 8년여 동안 정부기관을 공격하고 주민을 학살하고 2대 사령관 이덕구는 대한민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남로당 제주도당에서 각 읍면별로 인민군환영위원회를 조직해 국가에 대항했다. 이런 내용을 뭐라고 규정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해와 상생을 하자는데 변함은 없으나 4‧3이 민중항쟁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화해와 상생을 위해서는 우선 헌법재판소 결정에 다른 남로당 도당 간부, 북한군 사단장, 4‧3주동자, 남파간첩 등의 위패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70주년이나, 80주년이나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4‧3유족회 “화해와 상생 큰 틀에서 이번 건 무대응…재발 시 강력 대응”

 

이에 대해 제주4‧3유족회 측은 이번 광고 건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 대신 차후에 같은 일이 벌어지면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4‧3유족회 관계자는 23일 “광고 건으로 고민을 많이 했고 어제(22일) 역대회장과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며 “회의에서 일단 이번 건은 넘어가기로 했다” 이야기했다.

 

이어 “4‧3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 않겠느냐. 화해와 상생이라는 큰 틀에서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다음에 다시 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훈 이사장 “재단 이사장 자격 아닌, 개인 자격으로 소견 밝힌 것”

 

한편 박경훈 이사장은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보훈단체들이 광고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재단 이사장이 되기 1년 전에 섭외된 것이고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간 것도 아니다”고 답했다.

 

박 이사장은 “전체 문장을 보면 그렇지 않은데 앞 뒤 내용을 다 잘랐다”며 “현장에서도 강연 시작부터 개인 자격으로 소견을 밝히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두달이나 지나서 문제를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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