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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형의 땅 탐라, ‘육짓놈들’의 무단정치와 수탈 때문”
“천형의 땅 탐라, ‘육짓놈들’의 무단정치와 수탈 때문”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6.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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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 <5> 본론(本論) ④

구전으로 전해져온 ‘설문대할망’을 제주 창조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제주지역 학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이처럼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어가는 데 대해 관련 전공자인 장성철씨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취지의 반론적 성격의 글이다. 실제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현승환 교수도 지난 2012년 ‘설문대할망 설화 재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재 기고를 통해 설문대할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제주돌문화공원 내 설문대할망 신화관 건립의 학문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논문들이 하나같이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과 ‘설문대할망 자의(字義)’에 대한 해석이 없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6. 설문대할망 신화관 건립 논거에 대한 검토 ②

 

6.1. 「제주 설화의 특성 연구」(1999)

 

6.1.1. 위 글의 주요 내용 : ⑴ “제주 설화 역시 자생적인 것보다 외지에서 전파된 것이 많다.”(133쪽) ⑵ “선문대할망 설화에서 보듯이 신화, 전설, 민담이 혼효되어 있다.”(170쪽)

 

6.1.2. 위 ⑴에 대해서 : 사실, 제주 본풀이는 거의 다 한반도로부터 유입된 것이다. 이는 망국(종속국) 탐라의 언어 · 신화 등이 종주국 한반도(고려, 조선)의 그것들에 의해 축출된 결과이다. 하지만 전설(특히 ‘역사적 전설’)은 거의 다 자생적인 것이다. 그 이면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외세(소위 ’육짓놈들‘)에 대한 저항 의식‘이 그 증표이다. 그러고 보면, ⑴은 논리학에서의 ‘조급한 개괄의 오류’(충분하지 못하고 정밀하지 못한 관찰이나 실험을 가지고 어떤 총괄적인 단정을 내리거나 혹은 외면적인 유사성만에 의지하여 성급히 개괄하거나 하는 오류)를 범한 발언인 셈이다.

 

그런데 왜 이런 발언을 할까? 혹여 설문대할망을 ‘한반도 마고할미의 아류’ 곧 ‘한반도로부터 유입된 신’으로 조작함으로써 설문대할망 전설을 신화화(神話化)하고, 나아가서 ‘탐라 민중사’(외세 핍박과 토박이들 저항으로 점철된 수난사)를 매장(埋藏)해 버리려는 저의 때문은 아닐까?

 

위 ⑵에 대해서 : ‘설문대할망 설화의 신화 · 전설 · 민담 혼효’ 운운은 사실 왜곡이다. 구비문학 설화이론과 탐라설화 체계에 의하면,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들은 다 순수한 전설이니까.

 

내친 김에 말하면, 설화는 불변요소 곧 핵심화소(한두 개의 화소)로 움튼다. 그리고 구전 과정에서 가변요소 곧 부차적 화소(신화적 · 전설적 · 민담적 요소들)를 끌어들여 자라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설화를 ‘신화인 동시에 전설’이라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불변요소가 신화이면 신화라 하고, 전설이면 전설이라 한다. 이를테면, 제주 본풀이 중의 <개벽신화>(『제주도 신화』, 현용준, 1976, 11-21쪽)에 가변요소인 ‘민담적 요소’(위 책, 16-19쪽)가 들어 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이 <개벽설화>를 ‘신화인 동시에 민담’이라 하지 않고 ‘신화’라 한다.

 

6.1.3. 위 글에도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과 ‘설문대할망 자의(字義)’에 대한 해석이 없다.

 

6.2. 「설문대할망 설화 연구」(1998)

 

6.2.1. 위 글의 주요 내용 : ⑴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든 여신이다. 한라산, 오름, 섬, 기암 등 실질적인 제주 지형을 만든 천지개벽신화의 거신(巨神)[주: 장주근, 󰡔한국의 신화󰡕, 성문각, 1961, 1~12쪽]이며 민간신앙의 대상(주: 장한철, 󰡔표해록󰡕, 初五日條)이었다.”(1쪽) ⑵ “설문대할망의 위대한 지형 창조담이 어느새 흥미 본위의 민담으로 전하고 있다. 이들 비속화된 민담 중 대표적인 것은 우도 유래담이다.”(21쪽) ⑶ “백제 이후 한반도의 속국이 되면서 해상 왕래는 더욱 잦아졌고 조공 문제는 뱃길의 고역을 더욱 증가시켰다. (중략) 제주인에게 연륙교(連陸橋)가 있었다면 천형(天刑)의 땅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설문대할망은 그런 제주인의 마음을 알고 다리를 놓아주마고 했다.”(35쪽)

 

6.2.2. 위 ⑴에 대해서 : ⑴의 후반부도 ‘장주근 견해’이다. 전술한 바이지만, 『표해록』의 ‘선마고’는 ‘설문대할망’과는 별개다. 첨언하면, 후학(後學)은 선학(先學)의 앵무새가 아니다.

 

위 ⑵에 대해서 : ⑵도 ‘장주근 견해’이다. 후술하겠지만, ‘민담 운운’은 사실 왜곡이다.

 

위 ⑶에 대해서 : 탐라는 938년(태조 21) 고려에 조공했고, 1105년 국호가 고려에 의해 폐지되었다. 물론 ‘탐라의 백제 조공설(476년)’과 ‘백제의 탐라 병합설(498년)’은 역사 왜곡이다. ‘여기서의 탐라’는 실은 ‘탐진’(耽津)이니까. 한편, 탐라가 천형의 땅이 된 것은 연륙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1105년 이래 외세(곧 ‘육짓놈들’)의 무단정치와 수탈 때문이었다. 사실, 1105년 이래 탐라 역사는 외세 핍박과 토박이들 저항으로 점철된 비운의 역사였다. 그래서, “육짓놈 왐저 허민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쳣주!”라는 속담마저 생겨났다. 그러고 보면, 탐라가 천형의 땅이 된 것은 ‘탐라 국권 상실’ 때문인 셈이다. 여하튼, 제주인의 한반도에 대한 본격적인 동경(憧憬)은 ‘일제 강점기 이후의 역사적 상황(빨갱이 섬, 연좌제, 소외 정책 등)’에 기인한 것이다.

 

6.2.3.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과 ‘설문대할망 자의(字義)’에 대한 해석다운 해석’이 없다.

 

6.3. 탐라 · 제주의 문화인류학(2010년)

 

6.3.1. 위 글의 주요 내용 : ⑴ “설문대할망 이야기 (중략) 양고부 이야기 (중략) 이 두 가지의 신화(설화라 해도 좋고, 전설이라 해도 좋습니다)는 ….”(33쪽)[평자(評者) 주: ‘양고부’는 ‘삼을나’인 듯하다] ⑵ “설문대할망이 (중략) 그녀의 아들들이 오백장군이라는 것입니다.”(34쪽) ⑶ “왜? 을라신화는 일찍이 문서로 기록되었고, 설문대할망 이야기는 구전으로만 남아 내려왔을까요?”(35쪽) ⑷ “나는 설문대할망이 죽솥에서 익사(溺死)한 줄거리를 선호(選好)합니다.”(41쪽)

6.3.2. 위 ⑴에 대해서 : 설화는 민담 · 전설 · 신화로 분류된다. 한편, 설화는 문학이고, 문학은 학문이고, 그리고 학문은 어떤 의미에서는 개념 · 정의 · 분류 등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괄호 속의 ‘하여가’(何如歌) 식 발언은 가당찮은 것이다. 예컨대, 이는 ‘황인종(인종이라 해도 좋고, 흑인종이라 해도 좋습니다)’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위 ⑵에 대해서 : 이는 설화 왜곡이다. 설문대할망은 오백장군 어머니가 아니니 말이다.

 

위 ⑶에 대해서 : 삼을나 설화는 탐라국 건국(B.C.220년경에서 A.D.70년경에 이르는 탐라의 역사적 상황)에 관한 것으로 『고려사』(1454년) · 「영주지」(고려 말~조선 초: 김봉옥 추정) 등에 실려 있고, 설문대할망(사만두고) 설화는 망국민 수난사(탐라국이 몰락한 1105년 이후 수백여 년 간의 탐라의 역사적 상황)에 관한 것으로 『탐라지 초본』(1843년경)에 실려 있다. 고로, ⑶은 사실 왜곡이다. 아울러, ‘을라(신화)’도 설화 왜곡인 동시에 역사 왜곡이다. 그것은 ‘을나’(乙那)여야 한다,

 

위 ⑷에 대해서 : 설화(1차 사료)는 선호(선택) 문제가 아니라 당위(當爲) 문제다. 한편, 석기시대 설문대할망이 청동기시대를 건너뛰어 철기시대 죽솥(무쇠솥)에 익사한다니, 어불성설이다.

 

6.3.3.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과 ‘설문대할망 자의(字義)’에 대한 해석이 전무하다.

 

 

<프로필>
- 국어국문학, 신학 전공
- 저서 『耽羅說話理解』, 『모라(毛羅)와 을나(乙那)』(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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