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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토론회, 도민 몰래 개최하라!” 게릴라 작전 특명
“쓰레기 토론회, 도민 몰래 개최하라!” 게릴라 작전 특명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2.24 17: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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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4일 제주벤처마루 10층서 쓰레기 요일제 찬성 위주 기습 토론회
24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요일배출 개선방안 토론회를 갑작스럽게 개최했다. ⓒ미디어제주

“오늘 오후 1시30분에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립니다.”

24일 오전 10시경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보전국의 기자실 브리핑이 있었다. 보도자료 관련 설명이 끝나고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이 흘리듯 한마디 덧붙였다.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이하 요일배출)의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는 간단한 소개가 이어졌다.

토론회 보도자료는 물론이고 회의 개요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데 홍보가 어떻게 이뤄졌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양보 국장은 “읍면동의 대표성을 띤 주민들을 불렀다”고 답했다.

오전 11시경 토론회 개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그 즉시 언론에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도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단 2시간30분이었다. 토론회 목적은 ‘요일배출 개선방안에 대한 주민 설명과 의견 수렴’이었다. 하지만 목적과 달리 토론회 진행은 그야말로 ‘게릴라식’으로 진행됐다.

지정토론자 6명 중 5명이 요일배출 시행에 대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미디어제주

지정토론자 6명 중 5명이 “요일배출 찬성”, 제도 자화자찬 이어져

그렇다면 도에서 의견을 수렴하려는 ‘주민’은 누구일까. 지정토론자는 총 6명이었으며, 이 중 2명을 제외하곤 새마을부녀회장 및 통장협의회장 등 행정기관과 이해관계가 얽힌 주민이었다. 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으나, 요일배출에 대해 반대하는 토론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다만 입장을 밝히지 않는 토론자가 한 명이었다.

예상했듯 요일배출 시행에 대한 자화자찬이 계속됐다.

김정임 제주시새마을부녀회장은 “수년간 부녀회에서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홍보도 하고 유인물도 배포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지만 (쓰레기 문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요일배출 시행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나아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균 제주시통장협의회장은 “배출요일 어렵다는데 난 ‘월플’, ‘화종’, ‘수캔’ 이런 식으로 외우고 다닌다”며 “여러분들이 집에서 적게 배출해야 불만도 적어진다”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이어 “시장님이 고생 많았다”며 “3개월 간 트레이닝을 하며 도민 공감대를 형성했고, 오늘 개선안까지 마련했으니 쓰레기 50% 줄이기에 금방 도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를 알리는 표시는 A4 용지 두장뿐이었다. 행정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이나 입간판은 없었다. ⓒ미디어제주

시민 “쓰레기 정책과 닮은 토론회다” 행정의식이 시민의식 못따라가

개선안 설명, 지정토론에 이어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방청객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토론회 방식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구좌읍 하도리 주민 강대준씨는 “쓰레기 정책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냐”며 “시민들에 의해 이야기 돼야 하는데 오늘 보니까 높으신 분들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론자 구성에 대해 비판했다.

제주시 건입동 주민 고영림씨는 “오후 1시에 SNS를 통해 토론회 하는 걸 알고 급하게 왔다”며 “이렇게 기습적으로 여는 목적이 의심스럽다”고 토론회 홍보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주민 임형묵씨는 “오늘 토론회를 보니 제주시의 쓰레기 정책처럼 모순을 갖고 있다”며 “정작 토론에 참여를 원했던 사람들이나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 아무도 초대되지 않고, 진행자마저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개선안으로 나온 배출횟수를 늘렸다는 것은 요일배출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지금 제도는 열심히 노력하는 시민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행정의식이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비판은 계속됐지만 시간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진행자와 사회자에 의해 질의응답은 강제 종료됐다. 진행자를 맡은 제주발전연구원 김태윤 선임연구원은 “여러분들이 제안하는 부분이 빨리 수용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된 것 같다”며 “행정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회의장을 떠나는 김양보 국장 주위로 ‘의견을 전달하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한 주민이 “이렇게 큰 행사에 현수막 하나 걸지 않고 급하게 회의를 개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국장은 “현수막 만들면 쓰레기 되니까 그런 취지로 간단히 종이로 붙인 것”이라고 답했다.

토론회가 강제 종료되고 한 시민이 김양보 국장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道 “도민 대상이 아닌 패널과 의견 교환하는 자리...패널 섭외는 제주시가 담당”

도민 토론회라고 하기엔 홍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양보 국장은 “오늘 오전에 브리핑 때 발표하지 않았냐”며 “이런 간담회를 50번 넘게 했는데 그 때마다 일일이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는 없지 않냐”고 답했다.

이어 재활용품 배출횟수를 늘리는 획기적인 변화에 대한 설명회인데 그 중요성에 비해 도민 홍보가 부족하지 않았냐고 재차 묻자 김 국장은 “오늘은 일단 일반 도민을 대상으로 한 자리가 아니라 패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라며 “회의실도 개방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올 수도 있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토론자 섭외는 제주시가 했고, 도민 의견은 지속적으로 수렴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자료엔 분명 ‘개선방안에 대한 주민 설명과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라고 명시됐다. 김양보 국장 스스로 보도자료 및 브리핑 내용을 번복한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주민으로 참여하려면 친행정 성향을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

한 주민은 회의를 나서며 외쳤다.

“오늘 무슨 요일배출 부흥회인 줄 알았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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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론회비용은 2017-02-26 01:18:22
저 행사 비용은 혈세로 했을텐데 ~~도가 배상해라
주민의견이 쓰레기정책은 쓰레기라고 하는 걸 잘 알고 있을텐데...
왜 저러지 ㅠㅠ

아이구 저거류ㅠ 2017-02-25 18:28:51
저런 인간들이 공무원이랍시고 있으니 주민만 불편할 수밖에 없구만 ㅠㅠ
집에들 가라 세비 축내지 말고 ~~

경시리 2017-03-14 08:18:39
제주시가 하는게 다 그렇지 뭐..
작년부터 하는 쓰레기 정책은 무슨 코미디 쑈 같더구만..
아직도 저런 굿판을 벌이고 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