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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
시민들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1.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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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주시 구좌읍 주민 임형묵

고경실 제주 시장은 방송 캠페인을 통해 쓰레기 문제의 선결 조건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시민의식이 좀 더 성숙했다면 감히 시민들에게 좀 더 성숙해지라고 말하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고경실 시장의 “엄살” 발언은 망언

고시장의 발언은 수위를 넘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생활쓰레기 요일별배출제(이하 요일별배출제)에 불편을 느끼는 시민들을 향해 “엄살”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망언이다. 이런 그의 발언들은 시민을 개, 돼지라고 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의식과 일맥상통하다. 표현 수위만 약간 낮을 뿐이다. 그는 시민들을 ‘공공의식이 없고 이기적이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존재’ 쯤으로 여기고 있다. 반면 자기 자신은 ‘비난을 무릅쓰고 꿋꿋이 제주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

이는 쓰레기 문제 해결에 앞서 시장이 자신의 본분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행정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시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고 시장의 발언과 태도는 마치 시민들이야말로 자신의 시정이 잘 시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런 발상은 구시대적일뿐만 아니라 독재의 잔재이고 새마을운동의 연장선쯤에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경실 시장은 지금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촛불’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은 ‘불공정한 행정’에 분노한다

고경실 시장은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불편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가장 화가 날 때는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이다. 기껏 힘들게 분리배출을 했더니 한 차에 섞여서 싣고 가버린다든지 알고 보니 제대로 재활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매립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이다. 전국에서 제주도민이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고 하여 잠시 죄책감이 들었는데 결국 그 쓰레기 중 대다수가 건축폐기물이며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양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쓰레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할 행정이 그 책임을 시민에게만 전가하고 마치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낮아 이런 일이 생긴 양 호도하는 상황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이다.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시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불공정한 정책'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정책 마련해야

이래저래 시민들은 피곤하다. 고경실 시장은 퇴근 후 마트에 가서 포장지 다 뜯어내고 알맹이만 가져와 새벽 4시까지 분리수거하여 요일별로 배출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붓한 저녁시간은커녕 바쁘게 아등바등 살아도 겨우 입에 풀칠하는 것이 서민들의 삶이다. 그런데 왜 그 시간을 더 쪼개어 쓰레기에 할애하고 집안에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게다가 올해부터는 종량제 봉투 가격마저 40% 정도 올랐다. 건축폐기물과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고달파진다.

정말 시민들에게 존경 받고 싶은 시장이라면 시민의 고충을 덜어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물론 시민들도 내가 사는 지역과 지구환경을 생각하여 노력에 동참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불편을 감수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소차가 자동화되었다고 청소인력을 감축하는 행정방향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불용예산, 이월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멀쩡한 버스정류장을 교체하고 도로를 재포장하는 돈을 쓰레기 처리와 자원화에 사용하라. 이제라도 급조된 정책에 구색맞추기식으로 시민들을 동원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싶은 정책을 마련하라.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과 시장을 시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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