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가 다시 구성된다.
지난 1993년 3월 제3대 도의회에서 처음 구성돼 제8대 도의회까지 운영됐던 도의회 4.3특위가 10년여만에 재가동되는 것이다.
문민 정부가 들어선 1993년이었지만 당시에는 4.3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여전히 쉽지 않은 시기였다. 1993년 3월 20일 출범한 도의회 4.3특위가 출범 첫 해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이듬해 위령제를 준비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도 당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의원들이 참여를 꺼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4년을 4.3에 대한 기초조사의 해로 정한 4.3특위는 도의회에 ‘4.3피해 신고실’을 개설,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피해 신고 접수에 나선다.
1년여 기간에 걸쳐 17명의 조사위원들에 의해 1만4125명의 희생자 명단이 실린 ‘제주도 4.3 피해조사 제1차 보고서’가 발간됐다. 당시 신고 접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각종 증언과 자료 검토 등으로 파악된 피해자 3544명의 명단도 별도로 포함돼 있었다.
2년 후 도의회 4.3특위는 1997년 1월 추가로 확인된 희생자들을 포함시켜 1만4500여명의 명단이 들어있는 ‘제주도 4.3피해조사 보고서’ 수정‧보완판을 발간했고, 2000년 1월 4.3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제2차 수정‧보완판을 발간하면서 4.3 진상 규명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냈다.
당시 도의회 4.3특위가 피해 신고 접수를 통해 4.3의 진상 규명의 기초 작업을 시작하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 다시 가동되는 4.3특위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오늘(14일) 의회운영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될 예정인 4.3특위 구성 결의안을 보면 도의회 활동 백서 발간, 희생자 및 유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상 및 보상 건의, 희생자 유해 발굴 등 위령 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 건의, 4.3 희생자 추념일 지정에 따른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의 대응책(지방공휴일 지정 등) 마련 등을 주요 업무로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후년이면 70주년을 맞게 되는 제주4.3이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큰 숙제다.
물론 이 일이 4.3특위라는 기구 한 곳에만 주어지는 숙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만 4.3 관련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진영과 도 집행부, 정부가 4.3 70주년을 뜻깊게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차분히 해나갈 수 있도록 4.3 진상 규명 작업에 한 축을 담당했던 도의회 4.3특위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이라 믿는다.
희생자 유해 발굴 사업도,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보상도 정부의 무관심 속에 거의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10년여만에 다시 가동되는 4.3특위가 도민사회 각계의 요구를 모아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