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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축의 중심지로서 제주, 첫 발을 떼다
세계 건축의 중심지로서 제주, 첫 발을 떼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0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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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올해 처음으로 열린 ‘제주국제건축포럼’ 참관기
세계 건축을 연결하는 ‘해양 실크로드’로서의 가능성 보여
발디딜 틈없이 꽉찬 제주국제건축포럼 현장. ©미디어제주

왕슈, 마리오 보타, 도요 이토, 톰 메인……. 이름만 들어도 기겁하게 만드는 이들이다. 다름 아닌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이다. 그런데 왜 이들을 얘기하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들 가운데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행사를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온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 행사는 바로 지난 8일부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16 제주국제건축포럼’이다.

방금 꺼낸 프리츠커상 수상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이들 가운데 제주에 오기로 했던 왕슈와 마리오 보타는 갑작스레 개인적인 일정이 생기며 제주에 오지를 못한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제주 행사에 바로 ‘오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제주의 가치를 입증시킨다.

내년엔 서울에서 세계적인 건축 관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국제건축연맹(UIA)의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로, 이 대회 관계자가 제주국제건축포럼에 참석해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모시기(?) 힘든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불러 모은 때문이다.

2016 제주국제건축포럼은 올해 처음 문을 열었다. 제주도내 건축인들이 의지를 모으긴 했으나, 제주특별자치도의 측면 지원이 없었더라면 대회를 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포럼은 제주 건축의 가능성을 보이게 한다. 설계로서의 건축이 아닌, 문화로서의 건축을 바라보는 중심지로서 제주의 가능성이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포럼의 주제도 ‘문화변용-동아시아 해양 실크로드에 건축을 싣다’로 정했다. 이번 포럼을 공동주관한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강영준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현 시점에서 제주 건축이 어떻게 나갈지를 점검하고자 했어요. 특히 올해 주제는 제주도가 섬이지만 해양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려고 한 겁니다. 그래서 포럼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도 대거 참가하고 있죠. 이들을 모셔오니까 주위에서 놀란 반응을 보이곤 해요.”

강영준 제주도건축사회 회장. ©미디어제주

‘실크로드’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준 다리 역할을 한 문화의 길이다. 주제에서 내건 ‘해양 실크로드’는 강영준 회장의 말마따나 제주도가 해양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건축으로서 중심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건축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나, 제주만의 정체성을 뛰어넘는 다양한 건축이 시도되는 땅이기도 하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제주만의 바람과 땅과 하늘을 기대 작품을 만들려고 호시탐탐노리는 곳이 제주도이기도 하다.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건축가들이 그래서 제주에 자신들의 작품을 심고 있다.

때문에 이번 포럼이 지니는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젠 세계적 건축가들이 드로잉을 하는 ‘실험의 땅’이 아니라, 세계 건축을 주도하는 ‘리드의 땅’이 돼야 한다. 올해 포럼을 들여다본 결과,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이번 포럼을 일부러 보러 여행 일정을 잡는 대학교도 있었다. 부산에 있는 동명대 건축과는 건축답사 일정을 제주로 잡고, 포럼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제주국제건축포럼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문화교차, 제주. 오는 17일까지 제주도내 주요 건축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제주

아쉬운 점도 있다. 제주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끌어들이는 데는 좀 부족했다. ‘건축은 문화다’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도민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 이유는 도민들에겐 건축이 단순히 ‘집 짓는 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다. 건축은 삶이면서 가장 가까이 끼고 살아야 할 문화라는 사실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도민들이 쉽게 다가설 때라야 국제적 행사는 더 빛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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