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1:14 (금)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박 대통령님을 사랑하는가 봐요”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박 대통령님을 사랑하는가 봐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1.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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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대통령 공약인 어린이집 누리과정 문제에 딴 세상인 도의회
16개 시도의회 정부 향해 근본 해결 요구…제주는 교육청 예산 칼질 예고
 

대통령님이 참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며 하도 떠들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상태입니다. 홀로 버티기에 어려웠는지, 어제(29일)는 담화문을 발표하며, 폭탄을 국회에 던져놓고는 자신은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변명(?)을 듣는 게 솔직히 너무 참담했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제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그 말에 “옳소”라고 응대할 이는 과연 몇일까요.

그래도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옳소”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친박이라는 분들이 거기 포함되겠죠. 또한 4%도 있잖아요. 역대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인 그 4% 말입니다. 4%는 오차범위를 포함하면 최저는 0%가 됩니다. 더하면 7%까지 오르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요즘 시국을 바라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님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습니다. 보수언론들이 그렇죠. ‘박비어천가’를 써대던 언론들이 언제 그랬느냐며 얼굴색을 완전 바꾸고 있잖아요. 어제 대통령님의 담화에 대해서도 보수언론들은 힐난을 해댑니다. 어찌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요.

보수언론만 그런가요? 아니죠. 대통령님과 친했던 분들은 ‘자신은 아니다’며 은근슬쩍 피하곤 합니다. 요즘은 대통령님과 친했다는 자체가 이상한 존재로 낙인찍힐 정도이니까요. 오죽하면 교육부도 슬쩍 발을 빼볼 생각을 할까요.

엊그제 역사 국정 교과서 현장본이 공개됐죠. 학교에서 이 교과서가 쓰일 것 같습니까? 쓰이지 못할 겁니다. 이준식 교육부장관의 얘기만 들어보면 확 와닿죠. 뭐라고 했는줄 아시나요? 이준식 장관은 학교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한다고 했습니다. 그에 덧붙여서 연기하거나 시범학교를 선정할 수도 있다고 했죠. 이건 무슨 말이냐면 현장에서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 없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대통령님이 매우 강한 의지로 밀어붙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걸 교육부에서 반기를 든다? 이유는 있습니다. 떠날 권력에 비빌 이유가 하나도 없거든요.

전국 시도 의회도 박근혜 대통령님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이군요. 시도의회 의장협의회는 이날 제7차 임시회를 열고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꺼내들었습니다. 정부를 향해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라고 한 겁니다. 다들 건의문에 사인을 했죠.

그런데 신관홍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님은 빠지셨더군요.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는 “정례회 시작이어서 그렇다”는 답을 주셨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불출석이었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에서 100%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님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대통령님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법이 아닌, 시행령을 고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서 지원하도록 한 겁니다. 이처럼 말이 안되는 걸 꾹 참아왔는데 시도의회 의장들은 도저히 안되겠다며 정부에 건의문을 낸 겁니다.

그렇다면 제주도의회는 어떤 입장일까요. 지난 16일 임시회에 빠진 것이기에 도의회 입장이 궁금하긴 합니다. 도의회는 이를 두고 “따라간다”고 했습니다. 참석은 하지 않았으나 그 결의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겠죠. 그렇다면 제주도의회도 공식적으로는 누리과정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어쨌거나 박근혜 대통령님은 자신이 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있죠. 어제 국회에 폭탄을 던졌듯이, 누리과정도 각 시도에 폭탄을 던진 꼴입니다. 폭탄을 제대로 제거하려면 근원을 찾아야 합니다. 그 폭탄을 돌려막다가는 언젠가는 터집니다. 누리과정 폭탄의 근원은 뭔가요. 정부 아닙니까. 정부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100% 지원하겠다고 한 일인데, 그걸 교육청 탓으로 돌리면 되나요. 언제까지 그럴 겁니까. 새해 예산안을 다룰 때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어넣으려고 칼질을 해대는 꼴이 우습지 않나요. 이번에도 제주도의회는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에 손을 대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려는 모양입니다. 대통령님이 참 좋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짚어보죠. 누리과정 문제에 대해 시도의회 의장들이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을 요구한다고 했죠. 신관홍 의장님은 비록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따른다고 했고요. 그런데도 다른 의원님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도교육청 책임이라고 밀어붙이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달리 말하면 제주도의회 의원님들이 박근혜 대통령님의 믿음에 화답을 하는 꼴이 되는군요. 혹시 너무나도 박근혜 대통령님을 사랑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도교육청 예산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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