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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 때 제주해군기지 텅 빈 이유는? “피항 갔던 것”
태풍 차바 때 제주해군기지 텅 빈 이유는? “피항 갔던 것”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10.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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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해양수산국장, 행감 중 의원들 질문에 “피항 → 작전상” 말 바꿔
태풍 차바가 내습하기 직전인 지난 10월 4일 강정 민군복합항이 텅 비어 있는 모습. ⓒ 강정마을회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를 관통한 지난 5일 제주민군복합항(제주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군함이 한 척도 없었던 이유에 대해 도 해양수산국장이 행정사무감사 도중 말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김창선 도 해양수산국장이 25일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의 행정사무감사 중 의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항만 정온도가 확보되지 않아 태풍이 오면 피항을 갈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가 “작전상 피항을 갔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전 답변 내용을 취소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

이날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김 국장의 이같은 답변은 이경용 의원(새누리당)이 내년 7월 크루즈 입항을 앞두고 주민 동의 문제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던 중 이 의원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최초 답변이 나왔다.

이 의원이 “이번 태풍 차바 때 강정 해군기지에 함정들이 없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항만 정온도가 확보되지 않아 피항을 갈 수밖에 없다”고 답변한 것.

이같은 김 국장의 답변에 이 의원은 “그렇다면 입지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거 아니냐. 태풍을 전후해 공습을 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현우범 위원장이 이 문제를 재차 추궁하고 나섰다.

현 위원장은 “조금 전 강정항 관련 답변을 하면서 항내 정온도 유지가 안돼 해군 함정들이 피항했다고 답변했는데 맞느냐”고 재차 김 국장의 답변 내용을 확인한 뒤 “애초 남방해역을 지키기 위해 강정 해군기지를 만들었는데 태풍을 피해 함정들이 피항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김 국장은 이같은 현 위원장의 추궁에 “해군 함정은 물론 해양경찰 함정도 모두 피항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애초 제주해군기지 입지 선정 때부터 문제가 제기됐던 사안이었다.

한반도에서 태풍의 길목인 제주의 남쪽에, 그것도 만(灣)이 아닌 곶 지형인 강정 해안이 군항 입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은 강정 주민들 뿐만 아니라 많은 해양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가거치 상태로 있던 케이슨 6기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고, 2014년 7월에는 제주 지역을 ‘스쳐간’ 태풍 너구리에 남방파제 끝의 케이슨 3기가 파손되기도 했다.

당시 해군은 케이슨이 가거치된 상태였다거나 속채움 공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적절한 입지 선정 논란을 피해갔었다.

하지만 이날 행감 도중 도 해양수산국장 입을 통해 태풍을 피해 피항을 갔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애초 입지 선정이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이날 오후에야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해서인지 말을 바꿨다.

그는 “강정해군기지 내 함정들의 피항에 대한 답변 중에 ‘항만 정온도 때문에 피항을 갔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 답변한 것”이라면서 “군사 작전상 피항을 갔을 수도 있기 때문이 이전 답변내용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 관계자는 태풍 차바 당시 해군기지 내에 군함이 한 척도 없었던 이유에 대해 “군함들이 항상 정박해 있는 게 아니다. 훈련을 나가기도 했고 해외 파견을 나가 있는 군함도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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