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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 시인,  『제주신화(濟州神話)』 발간
김순이 시인,  『제주신화(濟州神話)』 발간
  • 유태복 시민기자
  • 승인 2016.10.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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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 시인
 김순이 시인이 제주의 신화를 정리한 『濟州神話(제주신화)』를 펴냈다. 이번에 펴낸 제주신화는 토박이 제주할망이 한 평생 동안 공들여 풀어내고 정리한 제주의 신들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 김순이 작가는 “제주신화는 한국신화의 원형이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제주어로 구전되어 오면서 이미 많은 부분 왜곡되거나 첨삭되며 원형이 훼손되었다.
 
 특히 원시 고구려어, 고려시대 몽골어, 조선시대 중세 언어에 동남아 언어까지 뒤섞인 제주어로 굿판에서 불리는 무가(巫歌), 즉 제주신화는 현재는 제주 토박이라도 확연히 알아들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자는 2000년부터 무당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제주어를 현대 우리말로 바꾸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제주신화로 기록하는 일을 해왔다.
 
 이는 제주 토박이로 제주 각 지역의 고유어까지 환히 꿰뚫고 있으며, 국문학을 전공한 시인이자 민속학자인 저자가 오랜 세월 굿판에 드나들며 현장에서 경험하고, 훼손된 원형을 복구하려는 지난한 학문적 노력을 기울였기에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이로써 제주신화, 그리고 한국신화 연구자들을 위한 훌륭한 기본 자료가 마련되었다. 나아가 저자는 신화를 그저 현대어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의미와 상징을 밝히고 전설, 민담, 설화와 구분되는 신화의 특징을 요약, 정리함으로써 신화 세계를 활짝 열어젖히고 그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혔다.
 
 신들의 내력담이 읊어지고 신에게 바치는 찬가가 울려 퍼지는 굿판이 제주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장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저자는 굿을 “미신(迷信)이 아니라 미신(美信) 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한다.
 
 개인의 가슴속 한을 풀고, 가족과 친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마을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는 굿판이야말로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의 요소가 버무려진 종합예술의 마당이었다.
 
 이러한 굿판의 기본 텍스트인 제주신화는 현대어로 옮겨졌을지라도 건조하고 딱딱한 글로 바뀐 것은 아니다. 마치 우람한 팽나무 그늘 아래서, 올망졸망 아이들과 마을 여인네들 그 앞을 지나가던 이들에게 들려주는 ‘할망’의 이야기처럼 친근하다.
 
제주어에서 ‘할망’, ‘하르방’은 나이가 들어 육신이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한편, 지혜로운 자, 덕을 구현하는 자, 자애로운 존재로 신앙의 대상이 되는 신에게 붙이는 호칭이기도 하다. 신화를 전하며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저자 김순이도 그러므로  할망이다.
 
 저자 김순이는 제주 출신으로 “제주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널리 알리고 보전하는 데 평생 힘써왔으며 더 늦기 전에 제주신화가 온전히 기록되어야 함을 절감했다. 제주신화에는 고대 한국신화의 기본형이 유지되고 있기에, 제주신화가 사라짐으로써 우리 신화의 근본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책 구성은 총설 ‘제주신화를 찾아서’ 편에 1. 신화의 원형이 살아 있는 곳, 제주  2. 제주신화의 특징 3. 제주신화에 나타난 신의 특성 4. 제주신화의 기본 열두본풀이와 큰굿 5. 열두본풀이의 의미와 상징 6. 본향당과 당굿 7. 본향당 본풀이의 의미와 상징 순으로 수록됐다.
 
 제1부 ‘큰굿 열두본풀이’ 편에 1. ‘정의로운 대별왕’, ‘욕심 많은 소별왕’ 2. ‘생명신 삼승할망’ 3. ‘무조신 자지명왕’  4. ‘서천꽃밭과 할락궁이’  5. ‘행운의 여신 감은장아기’ 6. ‘저승차사가 된 강림’ 7. ‘삼천 년의 수명을 누린 사만이’ 8. ‘새로 환생한 지장아기’  9. ‘사랑과 농경의 여신 자청비’ 10. ‘문전신과 조왕할망’  11. ‘곡식과 재물의 칠성신’ 12. ‘먹은 값 하는 도깨비 신’ 순으로 수록됐다.
 
 제2부 ‘마을 본향당 본풀이’ 편에 1. ‘제주 창조의 여신’ 2. ‘바다의 여신’  3. ‘신들의 어머니’ 4. ‘방랑하는 영웅’ 5. ‘아이고, 술 냄새야!’ 6. ‘내 혼에 불을 놓아’  7. ‘돼지고기 먹고 싶어 한 죄’ 8. ‘해녀들의 수호신’ 9. ‘사랑에 눈이 멀다’ 10. ‘인신공양의 희생물’ 11. ‘환생하는 여신’ 12. ‘바다에서 건진 돌미륵’ 13. ‘역적이 된 효자’ 14. ‘식성이 문제로다’, ‘마치는 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순으로 올려있다.
 
▲  『제주신화(濟州神話)』, '여름언덕 = (주)도서출판다빈치'발행, 30,000원
 저자 김순이 시인은 제주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8년 계간 『문학과 비평』에 시 <마흔 살> 외 9편으로 등단하여, 시집 『제주 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을 향하여』, 시선집 『기억의 섬』 등 다수를 출간했다.
 
 그 외 제주민속에 대한 조사 보고서로 「제주도 잠수용어 조사보고서」(1989), 「제주도의 옹기공예」(1990), 「제주의 초공예」(1994), 「제주의 구황음식」(1995), 「제주해녀의 전승언어」(2004) 등이 있다.
 
 또한 제주 역사 속 여성들에 주목, 의녀醫女 장덕, 열녀烈女 천덕, 의녀義女 홍윤애, 해녀海女 금덕 등을 제주여성문화의 광장으로 불러냈으며, 이밖에 「문화영웅으로서의 여신들」(2003), 「제주여성의 주거공간」(2009), 「제주기녀, 또 하나의 제주여성」(2009), 『제주의 여신들』, 『제주 유배인과 여인들』 등의 논문과 저서로 제주여성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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