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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는 누군가의 집입니다”
“관광지는 누군가의 집입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09.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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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관광, 지속가능한 제주섬' 원탁포럼 24일 열려
제주남이섬에서 '지속가능한 관광, 지속가능한 제주섬'을 주제로 원탁토론 포럼이 열렸다. ⓒ미디어제주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남이섬에서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의 길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이날 자리엔 인도, 독일, 일본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험하고 있는 관광 전문가, 언론인을 비롯해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관광공사, 제주민예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관광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주민’을 배제한 관광지 개발은 거주민 삶의 질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포럼 공간을 제공한 제주남이섬 강우현 대표는 인사말에서 “여행자는 (여행을 즐기려는)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의무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관광객들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주민이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있으면 안돼”

관광개발 계획을 세울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官)이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거주민에게도 동등한 참여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도 께릴라주에서 다양한 여행 실험을 하고 있는 카바니 투어 수메시 망갈라세리(Sumesh Mangalassery) 대표는 “인도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관광사업을 추진할 때 결정권은 정부(행정기관)에게만 주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주민들이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정치적으로 똑같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광개발에 따른 경제적 수익도 (외부)투자 자본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 동등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관광사업이 그 마을에 실제로 유익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제도도 반드시 마련해야 하다”고 덧붙였다.
 

수메시 대표는 "관광개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동등한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들어보셨나요?”

관광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관광지화(Touristify)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인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말이 생겨났다. 한 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하면 집값이나 주택임대료가 올라 거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뜻한다.

독일 NGO언론 투어리즘 와치의 크리스티나 캠프(Christina Kamp) 편집장은 “관광명소가 아닌 일반 마을을 관광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베를린에서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마을에 저렴한 임대주택이 숙박업소로 바뀌고, 집값이 오르면서 서민이었던 원주민들의 주거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주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를린 시는 매일밤마다 관광객들이 벌이는 파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잠도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었다”며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과 고통은 고스란히 거주민들이 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민원사항이 폭주하자, 시는 주택을 숙박업소로 불법개조하려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거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캠프 편집장이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관광공사 이재홍 상임이사는 “이제까지의 관광개발 정책이 관광객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지역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24명의 토론자를 포함, 총 35명이 참여했으며, 원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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